"꼭 이맘때일것 같은데..."하고 묵은 기사 하나를 들춰봤습니다...

 

작년 11월28일인가 "귀여니는 되고 박범신은 안돼?"라는 꼭지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한 박범신 작가의 정통소설 '촐라체'가 가벼운 인터넷소설과 달리 네티즌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기사를 썼었는데요...

 

박범신작가와의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대목이랍니다....

 

그 기사가 나가고 이틀 후

편집국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는데....아직도 느낌이 알싸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린 "저는 소설가 박범신이라고 합니다." 말에 강단좋은 저도 숨이 잠시 턱 막히는 것 같았는데요...

 

"책으로만 무수히 접하던 저자와 전화통화를 한다"는 독자로서의 대책없는 설렘(--;;)부터 "아놔 나 또 사고친거야?" 까지 온갖 잡생각이 수십초동안 휘리릭 스쳐지나가고 있는데

 

박범신 작가가 "기사 잘 읽었다. 사실 전화를 할까말까 어제 하루종일 생각을 하고 오늘 아침에야 수화기를 들었다...기사에 대해 기자에게 전화를 하면 항의 밖에 안되는 모양새가 될 거 같아 어떻게 얘기를 풀어갈까 많이 생각했다"고 먼저 말문을 꺼내시던군요...

 

하루종일 생각하고 이튿날에야 전화기를 들었다는 말에... 무게가 확 실려서 왔는데요... 30분넘게 통화는 계속 됐었고 저는 전화내용을 싹 다 외워버릴 정도로 집중했었습니다...

 

"참 힘든 결정이었다...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 당연히 실패할 줄 알았다...가벼운 글쓰기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바른 글쓰기란 모험을 해보고 싶어 더욱 깐깐하게 정통필법을 고집했다...누군가는 해야할 일 아닌가...불량식품을 먹는 아이에게 부모의 맘으로 따뜻하게 밥상을 차려줘보자는 생각이었다...그래서 산악소설로 택한 것이다...나도 연애소설 남부럽지 않게 쓸수 있다...산악소설을 택한 이유는 요즘 젊은이들 잠깐의 고통도 참지 못하고 편한사람만 즐기려 하는데...빙벽을 타고 힘들게 정상에 오르기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는 젊은 산악인들을 통해 꿈꾸지 않은 삶이란 죽은 인생이라는 것을 ... 말해주고 싶었다. 문화를 숫자로 논하지 마라...내가 다른 블로그에 비해 인기는 덜 얻었을지 모른다...인터넷에서 다양한 층위의 문화가 어울려야하는거 아닌가...굳이 숫자에 대해 얘기하자면...요즘 5만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라고 할정도로 불황인 문단에서는 100만이란 방문자수는 의미있는 숫자다...인터넷이 젊은 작가들이 글을 연재할수 있는 마당이 줬으면 한다"

 

저  대목에서는 저희 아버지의 목소리와 겹쳐서 들리기도 하고...

취재할 때 사안을 단선적으로 바라보지않았냐는 생각에서 (물론 그랬으니깐 후속으로 인터뷰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요^^;;)

문화를 즐기고 아낀다는 역시 산업부 기자란 타이틀을 달고...문화를 숫자로 재단했다는 생각까지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주셨습니다.

 

그래서그런지...인터뷰기사를 쓰면서 유난히도 몰입돼서 쓴듯합니다(개인적으로는 최고로 맘에 든 인터뷰 기사였기도 했고요)

 

한번쯤 이메일을 드려볼까 하다가...맘만 가득, 시간만 얼레벌레 지나버리더군요...

그런데 몇달 후 올봄에 제게 손수 책한권을 보내주셨습니다.

블로그로 연재된 촐라체가 단행본으로 나왔는데요...잊지않고 저희 선배를 통해 직접 보내주셨더군요...책을 받아들고 으하하하하하하 철없이 좋아했지요 ㅎㅎㅎ

 

 

 

밀려밀려서..지금에야 이 기억을 곱씹는 이유는 저 역시 "죽은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 해보는 되새김질이나고나 할까요 ...가끔 지칠때면, 신나게 일할 때나 제게 뭐든지 처음이었던 때를 이런식으로  다시 떠올려보곤 한답니다...그래서 늘 제 머리 뒷덜미를 붙잡고 있는 기사이기도 하지요...

 

박범신작가가 "용기내기 쉽지 않았던 일"을 몸소 보여주신 덕분에 이후로 황석영, 공지영 작가등도 잇따라 네이버와 다음 블로그에 연재하는 물꼬가 틔워졌죠..

 

박작가에게는 인터넷소설 도전기였다면

제게는 기자로서 성장기이기도 했던 일이라...늘 되새겨본답니다.

 

박작가님은 요즘 무얼 하실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

 

 

문제의 제 기사는 요기 ===>

"귀여니는 되고 박범신은 안돼?"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16&aid=0000258376

 

박범신 “인터넷문화에 할말있다..클릭수가 목표 아냐”



“애초에 대중적인 흥행에 실패할 것을 알고 시작한 시도였습니다. 높은 클릭수가 목표가 아니었죠. 단지 가볍고 저급한 글들이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정통 글쓰기’로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바른글쓰기에 대해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8월초 네이버 블로그에서 신작 ‘촐라체’를 연재하기 시작한 소설가 박범신(61). ‘촐라체’는 인터넷포털 블로그에서 최초로 연재된 정통소설이다. 내년 1월까지 매주 5회씩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된다. 그는 ‘촐라체’가 인터넷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언급한 11월 28일자 본지 기사(14면- ‘귀여니는 되고 박범신은 안돼?’ )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혀왔다. 한시대 문단을 풍미해온 그는 인터넷문화에 대한 소신도 거침없이 피력했다.

박작가가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싣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초여름. 막상 제안을 받긴 했지만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흔한 e-메일도 쓰지 않는 그는 지금껏 펜으로 글을 쓰는 원고지세대 작가. 망설이던 그를 움직인 것은 인터넷에 바른 글쓰기의 씨를 한번 뿌려보자는 네이버 경영진 측의 권유. 여기에 그가 용기를 냈다.

“인터넷은 순기능도 많죠. 하지만 글쓰기 문화를 들여다보면 조악한 글들이 난무하는 등 역기능 역시 공존하고 있죠. 좋은 글쓰기의 모범을 누군가는 보여줘야한다는 소명의식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인터넷문화에는 쉽게 좋아하고 손쉽게 버리는 요즘 세태도 녹아있죠. 흥행성과 숫자로 문화를 논하는 그 세태와도 싸워보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더 고전적인 문장과 필법을 고집했습니다. 우리같은 작가들이 이런 정화작업을 계속 해줘야죠.”

또 자극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흐르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층위의 문화가 인터넷에 꽃펴줘야 개방적인 인터넷 속성에 부합한다”며 “연예기사 등 가벼운 문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르와 세대의 경계를 뛰어넘는 광장이 돼줘야한다”고 말했다.

그가 들고 나온 작품은 ‘촐라체’. 히말라야의 고봉 촐라체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돌아온 산악인 박정헌, 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산악소설이다. 박작가는 연애소설도 멋드러지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쉽게 읽힐만한 연애소설을 놔두고 왜 하필 정통소설을 골라잡았을까?


“ 자녀들과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얘기를 담은 글을 쓰고 싶었어요. 촐라체는 단순한 산 얘기가 아니에요. 요즘 젊은이들 잠깐의 고통도 잘 참지 못하고 편한 삶만 즐기려하죠. 빙벽을 타며 힘들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을 통해 험난한 과정을 겪더라도 꿈꾸는 인생을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연재 석달, 그는 ‘촐라체’를 어떻게 바라볼까. 국내 문단에서는 인터넷 소설은 아직까지 적자(嫡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블로그 소설로 문학발표방식이 일대전환점을 맞았다고 봤다.

“기존 작가들은 종이 위주, 즉 신문이나 신춘문예 등으로만 작품 발표해왔죠. 인터넷만 하는 젊은이들은 좋은 글을 읽을 기회가 없는거죠. 작가나 독자 양쪽 입장에서 인터넷소설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겁니다. 인터넷이 작가들에게 좋은 ‘놀이마당’이 돼 준거죠. 주요 인터넷포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런 시도를 계속 해줘야합니다.”

박작가 블로그를 현재 방문횟수는 84만건. 그는 이 숫자에 큰 의미를 뒀다. “인기블로그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일지 모릅니다. 현 출판시장에서 5만부만 팔리면 베스트셀러에 꼽힙니다. 그래서 정통소설로는 80만이란 숫자는 의미가 큽니다. 인터넷에서 젊은 독자를 많이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좋은 기회였죠. 인터넷이 또다른 광장 역할을 해줄수 있다는 미래가 보였어요.”

그는 즉홍적인 소비시대에 문화를 실패와 성공으로 양분해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작가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마당으로서 인터넷의 미래를 그렸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

▶소설가 박범신은?= 1973년 단편소설 ‘여름의 잔해’로 등단,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등을 수상한 대표적인 인기 작가. 중후하고 선굵은 문체로 정평이 나있다. 대표작으로는 ‘불꽃놀이’, ‘물의 나라’, ‘외등’, ‘흰소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